트위스트 – 뒤틀린 시간, 노마드적 사유 -
연 우
이 작업은 뒤틀린 시간을 통해 익숙하게 묘사되었던 재현된 현실을 해체하고, 그 이미지를 수용하는 관람자의 능동적인 반응과 감각의 확장을 목표로 한다. 시간의 흐름을 비틀어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공존할 수 없는 여러 시간의 층위가 겹침에 따라, 시간과 공간이 해체되면서 이미지는 추상적으로 전환되었다. 이 과정은 지속되던 시간의 흐름이 분절되면서 흘러간 시간과 흐르는 시간,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 한 공간 위에 뒤섞인 채 시각화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미지 속의 시간은 여러 시간의 중첩인 동시에 시제를 알 수 없는 ‘영원한 현재’가 된다.
지난 2020년의 팬데믹 이후, 나는 영화와 디지털 메커니즘을 이용해 시간을 압축하고 변형하면서 대상을 왜곡하여 표현하는 실험을 해 왔다. 이는 시간에 어떤 물리적인 힘을 가해 어떤 변화를 도출하는 것이다. 이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선택된 소재는 영화였다. 왜냐하면, 영화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이미지를 시각화했기 때문이다.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제작한 상업영화 《라 시오타 역의 기차 도착》 이후, 시간은 절대적이고 불가역적인 흐름이 아니라 상대적이며 가역적으로 재인식되었다. 영화필름 위에서 사건들의 순서는 영화감독의 의도대로 편집된 결과이며, 그로 인해 영화에 존재하는 시간은 자연이 아닌 인공적인 것으로 전환되었다. 따라서 시간은 주어진 것 외에도, 조형되고 재배치될 수 있는 것으로 나누어진다.
이러한 시도는 들뢰즈가 말한 ‘결정체-이미지’(crystal image)가 디지털 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시간의 층위가 하나의 이미지 안에 응축되면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는 흐려지고 단일한 장면으로 환원되지 않는 복합적인 시각 경험이 발생한다. 시간 그 자체를 뒤튼 이 이미지는 대상을 복제하거나 사건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복수의 시간이 동시에 교차하는 공간의 모양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관람자는 그 안에서 어느 지점이 과거이고, 어느 지점이 현재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상태와 마주하게 된다.
내 작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미지를 인식하는 방식의 변화이다. 이 이미지는 눈으로 빠르게 소비되는 재현이 아니라, 관람자의 기억과 감각을 통해 서서히 읽히는 구조를 지닌다. 여러 시간 층이 뒤엉켜 형성된 추상화된 장면은 특정 대상을 지시하거나 고정된 의미를 전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대신에 관람자 개인의 경험과 영화적 기억이 이미지 위로 겹치면서, 유사한 장면이나 경험은 각자에게 서로 다른 형상과 정서로 다가온다. 이 작업은 바로 그 차이에 주목한다. 이러한 결과는 이미지가 현실을 모방하거나 재현하는 한계를 넘어, 관람자의 인식이 확장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