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장센’(mise en scène) 속의 시간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교차하는 세계이다. 나는 이 영화 이미지를 긴 시간에 걸쳐 촬영하고 한 이미지로 응축시킴으로써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공존할 수 없는 시간의 공존’하는 존재하는 초현실적 세계를 창조했다.
내 작업에서 장노출은 시간을 색으로 변환하는 하나의 시도이다. 촬영하는 동안에 카메라 앞을 스쳐간 빛들은 각각 서로 다른 순간들로 존재했지만, 그 파편들은 긴 노출 속에서 서로 침투해 가며 한 장의 이미지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시각화된 색과 형상은 재현적 복제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이 남긴 흔적이고, 기억의 지층이다.
이미지에 드러나는 붉음, 푸름, 자주, 그리고 녹색은 순간의 빛이 아닌, 긴 시간에 걸쳐 서로 눌려지고 겹쳐지고,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형성된 것이다. 이렇게 표현되는 장면의 지속과 교차의 반복은 ‘지속의 리듬’을 보여준다.
그러한 흐름은 시간의 흐름을 색채로 드러내는 시도의 종합이며, 존재와 소멸이 교차하며 흐르던 시간이 가시화된 ‘크로노크로미’(chronochromie, 시간의 색)로써 '눈으로 보여지는 그 시간'이다. 그 시간은 대상의 모방이나 복제의 차원을 넘어서 이미지를 수용하는 이들의 기억으로부터 연상된 ‘은유’(metaphor)를 의미한다.